물질 이전의 감정, 폐기물이 되기 전의 시간에 주목하기
사물이 폐기물로 분류되기 전, 그 물질에 깃든 정서적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 사물의 감정적 기원에 대한 질문 우리가 일상에서 버리는 사물들은 단지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폐기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물건은 아직 작동하더라도 감정적으로는 이미 쓸모없음의 범주에 포함되어 버립니다. 이는 물질의 파손이나 효용의 종결이 아니라, 그 물건에 대한 애정의 소멸, 혹은 관계의 종료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물이 폐기물로 분류되기 전까지의 시간입니다. 그 시간 속에는 단순한 사용 흔적만이 아니라, 특정한 감정, 기억, 정체성, 관계가 스며 있습니다. 손때 묻은 찻잔, 어릴 적 사용하던 연필, 고인이 남긴 손목시계 같은 사물들은 기능적 유효성과 무관하게 오랫동안 간직되곤 합니다...
2025. 5. 7.
보이지 않는 재료들, 주목받지 못한 잔여물의 조형성
예술에서 잘 쓰이지 않는 잔해, 먼지, 분말, 부스러기 등을 예술 재료로 보는 시선 예술의 그림자, 잔여물에 주목하다 우리는 예술을 떠올릴 때, 대개 완성된 형태와 인정받는 재료를 먼저 연상합니다. 캔버스, 조각, 광택 있는 나무, 고급 잉크, 곱게 간 안료와 같은 재료들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모든 창작 행위에는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보이지 않는 물질, 곧 잔여물 혹은 부산물이 뒤따릅니다. 먼지, 가루, 조각, 부스러기,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파편들은 완성된 작품 뒤에 감춰지며, 예술의 외부로 밀려납니다. 이러한 잔여물은 대개 청소되고 폐기되며, 창작의 흔적으로는 남지만 조형의 대상으로는 간주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예술가들은 이 보이지 않는 재료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들이 지닌 물..
2025. 5. 6.
잊힌 기술, 잊힌 감각, 폐기와 함께 사라진 창작 도구들
필름카메라, 자수기계, 타입라이터 등 기술의 쇠퇴와 함께 사라진 감각을 복원하는 예술 사라진 기술은 감각을 데려간다 기술은 진보합니다. 그러나 그 진보는 늘 무언가를 남겨두고 떠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필름카메라, 수동 자수기계, 수동 타자기, 오버헤드 프로젝터 등 한때 일상에 깊숙이 자리했던 도구들은 기술 발전의 흐름 속에서 빠르게 퇴장하였고, 그것들과 함께 작동하던 감각들 또한 자연스럽게 잊혔습니다. 특히 이러한 도구들은 단순한 기능적 매체가 아니라, 손의 움직임, 귀의 민감성, 시선의 집중도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창작자의 신체와 직접 연결되는 특성을 지닌 존재였습니다. 디지털 전환 이후, 우리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창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작업의 물리적 밀도와 ..
2025. 5. 6.